2025년 봄, 대전시립미술관은 어린이들을 위한 특별한 예술 체험의 장을 마련했다. 이번 어린이미술기획전 《금 밟고, 폴짝!》은 단순한 감상이 아닌 전신으로 예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된 인터랙티브 전시다. 아이들의 놀이 본능과 예술 감수성을 자극하는 이 전시는, ‘선’을 긋고 ‘뛰어넘는’ 놀이에서 출발하여 상상력과 창의력, 신체 활동, 감각 자극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예술 공간을 구성한다. 《금 밟고, 폴짝!》은 '놀이가 곧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개념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전시의 주체가 되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을 지향한다. 전통적인 전시 방식에서 벗어나 시각뿐 아니라 촉각, 청각, 신체 움직임 등 다양한 감각을 활용하며, 작품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경험 중심’의 예술 세계로 아이들을 초대한다. 전시의 공간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설계되었으며, 바닥과 벽, 천장까지 전면적으로 활용된 입체적 구조 속에 인터랙티브 설치미술, 미디어 아트, 사운드 아트가 어우러져 있다. 관람객인 아이는 단순히 ‘보는 사람’이 아닌 ‘함께 만드는 사람’으로 변화하고, 그 과정에서 예술에 대한 이해와 자기표현의 즐거움을 배워간다. 이 전시는 어린이 미술관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며, 대전시립미술관의 기획력이 돋보이는 대표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 열려 있는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과 편의 시설은 아이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미술관이 편안하고 유익한 공간임을 각인시킨다. 대전 지역의 가족에게는 필참을 권할 만큼 높은 수준의 문화 체험 기회다.
놀이에서 예술로, 금 긋고 뛰어넘는 상상력의 공간
《금 밟고, 폴짝!》은 누구나 어린 시절 한 번쯤 해봤을 ‘금 밟기’ 놀이에서 착안한 제목이다. 아이들이 만든 선을 기준 삼아 누구는 넘어가고, 누구는 피하면서 펼쳐지는 단순한 놀이 속에는 상상력과 규칙, 도전정신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전시는 이 놀이의 세계를 미술관 공간 안으로 끌어와 아이들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단순히 벽에 걸린 그림을 보는 전시가 아니라, 작품과 함께 놀며 작품이 반응하는, ‘살아 있는 전시’의 개념이다.
입구부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구조가 돋보인다. 바닥에는 탄성 있는 소재가 깔려 있어 다치지 않고 마음껏 움직일 수 있으며, 빛과 소리에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아트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특정 구역에서는 아이들이 손으로 만지거나 소리를 내면 형형색색의 빛이 반응하며 변형되고, 다른 공간에서는 아이의 움직임을 인식해 그 궤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이 모든 장치는 단순한 시각 자극을 넘어, 청각, 촉각, 운동감각까지 함께 자극하며, 아이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감상자를 넘어, 예술의 공동창작자로
《금 밟고, 폴짝!》의 진가는 아이들을 관람객이 아닌 ‘참여자’로 만드는 데 있다. 전시 곳곳에는 아이들이 직접 창작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 ‘나만의 금 그리기’ 섹션에서는 바닥 위에 직접 선을 긋고, 그 선을 기준으로 친구들과 규칙을 정해 게임을 하거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는 현대미술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인 ‘관계성 미학’을 바탕으로 구성된 구조로, 어린이의 창의성과 협동심을 동시에 이끌어낸다.
또한 일부 설치 작품은 실시간으로 아이의 움직임을 분석해 그 결과물을 작품 일부로 반영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신이 예술을 ‘보고 있다’는 인식보다 ‘예술을 만들고 있다’는 체험을 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감상의 경험을 넘어서 자기 표현의 기회를 제공하며, 아이의 자존감과 표현력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가족 모두가 함께 누리는 미술관의 하루
대전시립미술관은 어린이전이 단지 아이만을 위한 공간으로 끝나지 않도록 다양한 가족 참여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전시 기간 동안 주말에는 어린이 전문 도슨트가 동행하며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전시 해설을 제공하고, 가족 단위 체험 워크숍도 정기적으로 진행된다. ‘움직이는 그림자 만들기’, ‘폴짝 소리상자 제작’ 등 창작 중심의 프로그램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여하며 유대감을 쌓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미술관 내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휴게실, 모유 수유실, 유아용 화장실이 모두 완비되어 있어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여기에 한밭수목원과 이응노미술관이 인접해 있어, 전시 관람 후 자연 속 산책이나 다른 전시 공간으로의 연계 관람도 가능하다. 하루 일정으로 문화와 자연을 모두 아우르는 대전 도심 속 여행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아이와 함께 미술관을 놀이처럼, 배움처럼, 쉼처럼
《금 밟고, 폴짝!》은 단순한 체험형 전시가 아니다. 이 전시는 아이들의 감각과 움직임, 창의성을 중심으로 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통합적 공간이며, 나아가 예술이 특별한 사람이 아닌 모든 사람의 일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특히 대전시립미술관이 제안하는 이번 전시는 단지 아이의 오락적 욕구를 채우는 것을 넘어, 아이의 ‘자기 표현력’, ‘공감 능력’, ‘감성적 지능’을 길러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시에 참여한 어린이는 단순한 관객이 아니라, 예술의 공동 창작자로서 자리한다. 이는 현대미술이 지향하는 ‘참여’, ‘소통’, ‘관계의 미학’을 어린이 교육의 틀 안에 녹여낸 결과다. 또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체험하고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가정 내 소통과 정서적 유대감도 강화된다. 《금 밟고, 폴짝!》은 단순히 대전 시민의 주말 나들이를 위한 전시를 넘어, 우리 아이의 감수성과 예술성을 키우는 문화적 토양이 된다. 대전 시민이라면 이번 기획전을 통해 아이와 함께 미술관을 놀이처럼, 배움처럼, 쉼처럼 누려보길 바란다. 나아가 대전시립미술관은 앞으로도 다양한 세대와 계층을 위한 열린 예술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지속할 것이다. 지금, 예술 위에 한 발짝 내디뎌보자. “금 밟고, 폴짝!”